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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 1660년 ‘산학계몽’ 등 희귀본 보관 김영구 소장, “수학의 후퇴는 국가의 후퇴” 의령군에 조선시대부터 2000년까지 400여 년 동안의 수학 교과서(이하 수학책) 3천권을 모은 수집가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30년간 수학책 수집을 위해 전국을 돌며 대부분의 재산을 투자한 '수학교과서연구소' 김영구(66) 소장이 주인공이다. 김 소장은 의령군 가례면 자굴산 기슭에서 매실 농장을 운영하며 수학책을 수집한 별난 이력을 자랑하고 있다 김 소장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 수학의 날(3월 14일, 원주율 근삿값 3.14에서 착안)'을 맞아 그동안 수집한 수학책을 의령군에 공개했다. 김 소장의 비밀 창고에는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해방에서 6-25전쟁까지, 1950년부터 2000년까지 등 크게 4개 역사 시대로 구분한 수학책이 진열돼 있다. 김 소장은 의령군과 연관된 고서라며 이상익의 '신식 산술교과서(1908년)' 수학책을 최초로 꺼내 보았다. 이상익은 '헤이그 특사'로 활동한 독립운동가 이상설의 친동생으로 ‘근세산술’이란 수학책 쓰는 등 근대 수학교육에 선구적 역할을 했다. 수학자 이상익은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이 중동학교에 다닐 때 수학 담당 교사로 이 회장을 가르친 스승으로 의령군의 인연이 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호암은 학창 시절 수학에 비상한 관심과 재능이 있었다는 게 중론"이라며 “호암의 수학적, 과학적 사고가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이끈 기본 바탕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오래된 수학책은 '산학계몽'이다. 1299년 중국 원나라 수학자 주세걸이 쓴 것인데 연구소에는 1660년 산학계몽 목판본이 있다. 조선시대 최초 서양수학을 다룬 '주서관견(1705년)' 필사본과 조선시대 널리 사용된 수학책 수리정온(1723년),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펴낸 수학책 '산술신서(1900년)' 등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책들이 수두룩하다. 수학책에는 민족의 아픈 역사도 엿볼 수 있다. 미 군정청 문교부가 펴낸 '초등 셈본(1946년)'을 보면, 단기 4279년 여름에 호열자(콜레라)가 퍼져 그해 10월 28일 기준 전국에 1만5,641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1만1,118명이 사망했다는 통계치가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초등 산수(1944년)'를 보면 만 13세 이상 14세 미만은 육군소년지원병에 지원할 수 있으며, 체격은 키 133cm, 몸무게 39kg으로 조선인이 매우 왜소 했음을 알 수 있다. 1955년 천연색으로 인쇄된 첫 수학책 산수, 1971년 표준전과, 1980년 정석 예비고사 수학 등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친근한 수학 교과서가 빼곡히 진열(보관)돼 있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수학책의 역사가 모두 여기에 있다고 자부 한다"며 “학술 연구와 학생 교육을 위해서 한국수학교과서박물관과 같은 시설이 건립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여기 있는 수학책을 연구하려면 역사, 문학, 일본학 등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고 수십 명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교육청 등 교육 관련 공공기관이 수학책에 관심을 두고 미래 세대를 위해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인류 문명의 발전에 수학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수학의 후퇴는 국가의 후퇴와도 같다"며 "의령에 오면 매일매일 수학의 날이 된다. 의령에서 수학의 기쁨을 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경출 기자 사진 1...자신의 비밀 창고에 진열된 산수책과 김영구 소장 사진 2...조선시대부터 1980년까지의 시대별 수학책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