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박경수
지난 8일 어버이날 의령초등학교 정문에는 예쁘게 차려입은 24명의 80대 할머니들이 모였다. 색동보자기에는 20여년을 모았다는 1천 500만원의 현금을 싸매들고 있었고, 모두들 밝고 환한 모습들이었다.
지난 1993년 60세 이상의 어머니들이 우리도 이웃을 돕고 지역사회 발전에 참여하겠다는 굳은 결의로 30여명이‘할머니 봉사대’를 만들었다. 지역사회의 많은 단체들이성금이나 회비로 사업계획을 세워 봉사활동을 펼쳤지만 할머니들의 활동방법은 달랐다.
할머니들의 익힌 솜씨들과 맛으로 이웃을 돕기로 하고 여름엔 미숫가루를 만들고, 겨울엔 떡국을 만들어 어려운 가정의 결식아동과 가난한 이웃에게 끼니를 도왔고, 자치단체나 사회단체에서 개최되는 행사에는향토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등 의령을 찾는 향우와 내빈에게 훈훈한 인정을 베풀기도 했다.
이래저래 할머니들의 음식솜씨와 맛이널리 알려지자 음식 주문이 쇄도하기도 하고 특히 젊은 여성들과 직장인들의 요구가빗발치자 본격적으로 솜씨 자랑을 하기로 하고 특히 된장, 간장, 깻잎, 청국장, 고추장등 전통음식 만들어 재료비만 받아 모은 돈이 차곡차곡 쌓여 불어나자 각종단체의 음식 만들기 의병제전의 축등 만들기, 한복 만들기 등 회원들의 솜씨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렇게 고생해 모은 돈이 2천만 원이나 되자 후손들을 위한 장학 사업을 생각했지만 은행 이자가 낮은 탓에 장학금이 학생들에겐 용돈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까워했었다. 세월이 흘러 모두가 80살이 넘자 통 크게 할머니들의 꿈을 심고 싶어하고있던 중에 의령초등학교에서 육성하고 있는의령청소년 관악부를 찾게 됐다.
어려운 여건에서 창단되었고, 그동안 계속 전국대회에서 그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데 지원이 빈약하여 해산 위기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할머니들이 그 주춧돌을 확실하게 놓아 꿈과 희망을 갖게 하자는 뜻이었다. 할머니들의 마지막 과업으로 선택한 것이다. 매년 어버이날 대접만 받았는데 이제그 빚을 다갚게 되었다고 관악부 반주에 맞쳐 춤과 노래를 불렀다.
할머니들의 자랑스런 모습과 참 봉사는 의령사회에서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자랑거리가 될 것이고, 이 이야기를 듣고 사랑으로자란 학생들은 대를 이어 사랑과 봉사를 이어갈 것이며 ,할머니들을 자랑스럽게 느껴볼 것이다. 할머니들이 보여주시고 들려주신 이야기는 영원한 스승이 사랑과 헌신으로 전해지는 의령 역사의 생생한 기록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