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학대 ‘폐지’와 무형유산 ‘보존’ 충돌 촌놈들의 땡깡으로 무시 받았던 의령군 부산추석소싸움대회 관람객 5만명 감동 전통무형문화유산 계승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1970년부터 부활되기 시작한 소싸움이 55년 만에 ‘폐지’와 ‘보존’ 주장이 충돌하며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 논쟁을 몇 차례 단독 보도했던 본지는 소싸움 발전의 중추적 역할, 상설소싸움장 의령 유치 당위성 정부 청사 앞 집회는 촌놈들의 땡깡으로 무시 받고, 부산 추석전국소싸움대회는 관람객 5만여 명으로 감동 받는 등 의령군의 역동적 소싸움 역사를 재조명해 본다. 먼저 폐지는 최근 ‘전통 소싸움 폐지법’을 발의한 일부 국회의원을 비롯해 폐지 찬성 시민단체와 동물권행동 카라 등 전국 11개 동물보호 단체로 구성된 동물학대소싸움폐지전국행동에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보존은 폐지 반대 시민단체와 의령군, 진주시, 청도군, 보은군 등 전국 11개 지회로 구성된 (사)대한민속 소 힘겨루기(소싸움)전국연합회에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동물학대’ 폐지라는 창과 ‘무형유산’ 보존이라는 방패가 정면충돌한 이 논쟁은 2025년 7월,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동물학대 소싸움 전면 금지 및 관련 조례 폐지 요청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이 30일 만에 5만명이 넘게 동의하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회부되면서 본격적으로 불 붙었다. 회부된 청원이 국회 본회의 표결까지의 절차를 거치기 위해서는 소관 위원회의 타당성과 사회적 파급력 등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동물보호법 제10조는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명시해 금지하고 있다. ‘다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 한다’는 규정에 따라 소싸움은 동물학대에서 예외로 인정되고 있다. 그래서 전국 11개 지회의 11개 지자체는 이 법에 근거해 전국소싸움대회 때마다 억대의 예산을 지원해 왔으나, 폐지 주장 여파 등으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5개 지회가 5개 지자체의 예산 지원 불발로 대회를 개최하지 않았거나 못했다. 이런 추세에서 2026년 대회에는 4개 지회의 4개 지자체에서만 예산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지자 앞으로 소싸움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심이 촉발되고 있다. 소싸움 역사는 여러 자료가 있지만 1392년 삼국시대부터 유래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의령군의 소싸움 역사는 고려 제34대 공양왕(1389년~1392년)시대에 진주 관할에 있던 의령현과 합천현 이었던 신번(현재 부림면)이 합쳐진 후 두현이 동서로 나눠 소싸움을 개최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국소연합회 의령군지회는 제25대 김상규(64)지회장을 비롯한 전체 회원이 60명이 넘고 있다. 김 지회장은 올해 4월, 본지와 가진 ‘의령 소싸움 39년 역사’ 특집 인터뷰에서 “선, 후배님들께서 의령 소싸움을 전통 민속 문화유산 보존으로 지켜온 사명감과 향우 및 군민들의 단단한 결속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회고했다. 옛날 소싸움장은 하천 변이나 공터 등에서 나무로 된 울타리를 치고 주위에서 관람해 왔다. 시대가 변천하면서 2000년부터는 천연목재와 금속 등으로 울타리를 치고 주차장, 화장실, 비 안 맞고 앉아서 관람하는 현대식 시설로 변모했다. 평균 800여kg에 달하는 우직한 소들의 폭발적인 순간 공격과 방어가 교차 할 때마다 스릴과 박진감 넘치는 열기가 확산되면서 관람객이 지역의 수백여 명에서 전국의 수천여 명으로 늘어났고, 인기 가수 축하 공연과 경품도 푸짐하게 지급하는 시대가 됐다. 더불어 농림부도 농촌경제 회생 일환으로 경남에 상설소싸움장 조성을 추진하고, 2002년 7월에는 ‘전통 소싸움 보존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대통령령으로 공표됐다. 하지만 의령군과 진주시가 상설소싸움장 유치를 위해 2년이 넘게 격렬하게 경쟁을 하자 농림부가 허가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없었던 일로 교통정리가 되어 버렸다. 경쟁 이유는 용역 결과, 상설소싸움장이 유치되면 우승 예측 경주마에 돈을 배팅하는 마권 발매처럼 우권 발매와 관광객 방문 등으로 연간 100억대의 관광산업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상을 따져보면 양 지역은 이웃 동네에다 양 지회도 같은 전국소연합회 소속으로 아무 소득도 없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만 된 것이었다. 농림부의 허가 교통정리 이전에 의령군은 과천 정부 청사 앞에서 싸움소(20여두)를 앞세우고 당시 한우상 군수, 의령군지회, 군민 등 200여명이 ‘상설소싸움장은 반드시 의령군에 유치되어야한다는 당위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가슴이 터지는 심정으로 목소리를 높였지만 ‘촌놈들의 땡깡’으로 무시 받았다. 이후 의령군은 소싸움의 진가를 도시민들에게 보여주겠다며 2004년(4일)과 2005년(7일)에 부산 해운대 벡스코 광장 옆에 특설 소싸움장을 설치, 총 100마리가 넘게 출전한 ‘추석 왕중왕전 전국소싸움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감동 받았던 이 결과는 11일간 5만여 명의 관람객이 운집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일부의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켰다. 또 의령군이 100년 전통의 소싸움 발원지로 우뚝 선 한편, 소싸움의 진가를 전국에 더욱 각인시키는 시금석이 됐다. 1986년부터 하천변 등에서 매년 전국소싸움대회를 개최해 오던 의령군은 2009년 10월, 의령읍 무전리 전통농경문화테마파크 내 부지 9만8,660㎡에 비가림막, 3천여명 수용, 주차장, 화장실(2곳), 싸움소 계류장, 관리사무실 등의 현대식 상설소싸움장을 건립했다. 2012년에는 의령군도 청도군처럼 소싸움 우권 발매를 추진하자 청도군의 반대로 국회의원이 준비했던 관련 법률안 발의가 무산된 적이 있다. 이 경우는 자칫 밥그릇 싸움 모양새로 비춰지기 전에 의령군이 충돌하지 않아 정리가 됐다. 이런 세월 속에 의령군이 매년 개최하는 5일간의 전국소싸움대회에는 평균 1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면서 의령홍보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폐지 논쟁 시점에서 비록 동네는 작지만 120년 전의 전국투우대회 우승기, 2010년 노쇠로 폐사한 불세출의 싸움소 범이(191전 187승), 싸움소 90여 마리를 보유하고 있는 의령군과 의령군지회, 군민들의 시각에서 소싸움 55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변경출 기자 사진...의령 상설소싸움장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