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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들 방문으로 소음, 쓰레기 등 생활 불편 참았다” 국비 25억 이미 받아 일부사용, 사업철회 사실상 불가? 의령군 의령읍 정암마을(이장 남동경)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곽재우 장군과 무명의 의병들이 함안에서 의령으로 강을 건너 쳐들어오던 왜군을 무찌른 빛나는 승첩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1935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후 6.25 전쟁으로 소실됐다가 1963년에 재건된 정암루(누각)와 역시 같은 해 건설된 근대 트러스 구조의 다리로서 6·25전쟁 때 파괴된 후 1958년에 남아있던 기둥을 살려 복원된 정암철교(길이 259.6m, 높이 9.2m, 폭 6m)가 있다. 정암철교는 의령군과 함안군을 연결하는 관문으로서 1999년부터 인근의 새 다리 건설로 차량 통행이 금지된 후 2014년 10월, 대한민국 국가등록문화재 제639호로 지정되어 보호하는 등 정암마을은 수백 년의 호국 의병 정신과 의령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상징적인 곳이다. 여기에다 정암철교 밑 강가에는 솥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한 도인이 다리가 3개 달린 이 솥바위로부터 반경 8km(20리)안에 부자 3명이 태어난다고 예언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러 20리 안에 삼성(의령군 정곡면, 이병철), LG(진주시 지수면, 구인회), 효성(함안군 군북면, 조홍제) 그룹 등 창업주 3명이 태어났다. 전설이 맞아떨어진 것처럼 입소문과 언론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휴일이나 주말에는 외지인들이 부자 소원 등을 빌기 위해 찾아오고 있었으나 전설은 그냥 전설일 뿐 이었다. 1944년 제1대 의령군수 부터 2018년 제47대 의령군수까지 74년 동안 관광지로 개발하지 않으면서 정암마을은 평온했고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지난 12일부터 정암마을 주민 40여명이 의령군청 앞에서 “정암 주민 다 죽이는 캠핑장(글램 캠핑장) 조성 중단하라. 오태완 의령군수와 의령군은 정암마을 앞 캠핑장 조성 계획을 철회하라”며 집회에 돌입했다. 이는 2022년부터 부자 전설을 활용해 “솥바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부자1번지축제’를 개최하자 솥바위에서 부자 소원 등을 비는 외지인이 부쩍 늘어나면서 생활 불편이 많아도 참고 있는데, 파크골프장을 없애고 캠핑장을 조성하려고 하자 참다못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따져보니 의령읍과 솥바위 일원에서 매년 10월에 4일간 개최되는 리치리치부자축제는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2023년 17만여명, 2024년 24만여명)이 방문했다. 특히 소원 하나는 들어준다는 솥바위에 4일간 3만여명이 몰리는 등 전체 행사는 크게 성공적인 반면에 1일 평균 7천명 이상이 방문하는 농촌의 작은 정암마을 주민들에게는 동네만 시끄럽고 ‘개뿔’이 되는 셈이었다. 주민들은 성명서를 통해 “마을 앞에 역사테마공원(이명박 정부의 4대강 준설)이 들어선 이후 홍의장군축제, 리치리치축제 등 축제기간과 주말마다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로 인해 소음, 교통 및 주차불편, 쓰레기 등 각종 생활불편을 감수해 왔음에도 이를 외면해 왔던 의령군이 이제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파크골프장을 없애고 캠핑장까지 조성해 주민들을 더욱 살기 힘들게 한다”며 반발했다. 또 “10년 전에 계획을 세우고 사업설명회 한번 했다고 이제 와서 마을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공사를 강행하는 이런 불통행정이 어디 있느냐, 도대체 누구를 위한 캠핑장 건립인가? 혹시나 개발업자 또는 캠핑장 운영업자의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인가?” 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글램 캠핑장은 고정된 대형 텐트와 야영장이 결합한 것이다. 총 19개의 고정된 대형 텐트와 부대시설 등으로 정암마을 앞의 파크골프장(18홀)을 폐쇄(철거)하고 이 부지에 조성하는 것이다. 정암마을 남동경 이장은 “주민들의 반대 성명서를 의령군에 전달했으나 현재까지 답변이 없다”며 “주민들은 의령군이 캠핑장 조성을 철회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캠핑장 조성 반대 투쟁은 물론, 주민을 무시하는 오태완 군수의 퇴진 운동에도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령군은 “2015년 4월에 주민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 설명회를 했고, 올해 3월과 4월에 주민 50여명이 참석한 두 번의 사업설명회와 마을 대표와의 두 차례 간담회도 가졌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의령군은 이미 캠핑장 조성을 위해 국비 25억 원을 지원 받아 2억여 원은 설계비 등으로 지출했고, 국도비와 자부담을 포함한 30억 원의 예상 확보를 추진 중이다. 따라서 사업을 철회 하거나 변경하면 지원받은 국비를 반납해야 하고, 앞으로 다른 사업에도 국비 확보에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다고 밝혀 사실상 사업 철회 불가의 입장으로 비춰지고 있는 상태다. 한편, 의령군은 폐쇄된 파크골프장 대신 의령읍 의령천과 남강 합류지역 강변에 새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경출 기자 사진 1...정암철교와 정암루, 솥바위가 보이는 전경 사진 2...정암마을 주민들의 의령군청 앞 집회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