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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 “우리글을 수호하는 성지로 만들 것” 권원만 도의원, “의령부터 고쳐 나가야 한다” 한글 있는데 한문 쓰는것은 시대착오적 발상 한문을 오른쪽에서 왼쪽쓰기로 표기된 門關寧宜(의령관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한문은 중국 고전의 글이며, 한글은 한국 고전의 글이다. 의령군 의령읍 정암리에 위치한 의령관문은 총 사업비 12억원을 투입해 2005년에 완공 되었고,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전통 한옥 지붕 형태 양식으로 건립됐다. 이 같은 주장들은 지난 14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한문으로 표기된 서울 門化光(광화문) 현판을 당연히 한글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중앙 언론에 보도되면서 부터다. 유인촌 장관은 ‘627돌 세종대왕 탄신의 날’을 하루 앞둔 이날 경복궁 수정전 앞에서 열린 ‘세종 이도 탄신 하례연’에 참석한 후 기념사에서 “개인적으로 광화문 현판은 당연히 한글로 쓰여야하고, 오늘 이후 다시 한 번 논의에 불을 지펴 보겠다”고 말해 추진 과정에 관심이 모어지고 있다. 더불어 지난 20일에는 경상남도의회 국민의힘 권원만 도의원(의령군)이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경남 의령 건립 유치 대정부 건의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건의안은 이날 오전 열린 제1차 문화복지위원회에서 원안 가결됐다. 이어 건의안은 24일, 제2차 본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 국무총리, 기획재정부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전달 될 예정이다. 권원만 도의원은 제안 이유로 “조선말 큰 사전 편찬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의령 출신의 조선어학회 선열(이극로, 이우식, 안호상)의 업적 등 지역 고유의 역사 문화와 연계한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것”이라며 “한글의 우수성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문자박물관인 ‘국립한글박물관’이 서울에 있으나 이는 문자(한글)중심의 자료로서 한국어의 역사와 지역적 특성을 충분히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현재 언어사전과 관련한 정보와 자료를 망라한 국립기관이 없어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은 경남도와 의령군 지자체의 핵심 사업이므로 정부에서는 이에 상응한 의지를 보여주길 요청 한다“고 밝혔다. 권원만 도의원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한문 사용을 의령에서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대표적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고 한문으로 표기된 의령관문 현판부터 한글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령군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어 사전 편찬집행위원, 한글 맞춤법 제정위원, 조선어 표준어 사정위원 등을 역임한 고루 이극로(지정면)선생을 비롯해 남저 이우식(의령읍)선생, 한뫼 안호상(부림면)선생 등 조선말 큰 사전 편찬에 주도적 역할을 한 조선어학회 운동가들이 출생한 의령을 알리고 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은 이극로, 이우식, 안호상 선생 등 세분의 삶을 조명하고 정신을 이어받아 진정한 우리말과 글을 수호하는 성지로 만들기 위해 의령군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혀왔다. 한글의 첫 이름인 훈민정음은 1443년 세종대왕(세종 25년)이 창제(처음으로 만드는 것) 한 후 1446년(세종 28년)에 정식으로 반포(세상에 널리 펴서 알리는 것) 되었으며,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글이다. 의령관문 현판처럼 한문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고, 세로로 쓰게 된 것은 중국이 쓰는 방식을 영향을 받았으며, 수백 년 전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 쓴 것을 현 시대에서도 사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관련 자료 등에 따르면, 한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가로쓰기는 광복 직후인 1945년 12월 교육심의회에서 의결한 뒤, 1960년 정부의 모든 공문서를 한글로 쓰고 가로쓰기 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많이 접하고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가진 신문의 경우, 한문투성이에다 세로쓰기 형식으로 발행하다가 1988년 5월 창간한 중앙지 신문이 한문과 세로쓰기를 전부 없애고 한글과 가로쓰기로 발행했다. 신문의 창간 시점은 1979년 12월 12일,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전두환, 노태우)가 언론을 통폐합하고 격렬히 통제하던 중, 노태우 대통령 후보가 1987년 6.29선언으로 언론 자유가 창달되면서 전국에서 많은 신문이 창간을 했다. 그러면서 1990년부터 신문은 한문과 세로쓰기를 없애고 한글과 가로쓰기로 발행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많은 분야에서는 한문을 쓰거나 한문과 한글을 혼용해 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1446년 한글이 창제되고 반포되었는데도 불구하고 1960년까지 500년이 넘는 세월동안 혼용체(한문과 한글, 세로쓰기)를 써왔으며, 1990년부터 한문과 세로쓰기가 일부 없어지고 한글과 가로쓰기를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옛날 사람들이 의령관문 현판에 표기된 방식의 한문 사용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를 퇴행시키는 잘못된 발상”이라며 “대한민국에는 엄연한 한글이 있다. 국가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령부터 빨리 깨우치고 전수 조사를 실시해서 한글로 바꾸어야 한다”며 지적하고 있다. 전직 군의원들도 “우리말과 글을 수호하는 성지로 만들겠다는 의령군이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에 뒤 떨어진 한문 현판 등을 한글로 바꾸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도 “옛날시대 건물과 한문 등은 문화재 가치가 있기는 하지만 현대시대에 한문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 의령관문 현판을 보면, 한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로쓰기하는 한글 사용 정서에 전혀 맞지 않고, 학생들의 교육에도 부합되지 않아 한글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여론이 시대에 뒤떨어진 한문을 시대에 맞는 한글로 바꾸어야한다는 주장이 당위성이 있다. 의령군이 어떤 대책을 세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변경출 기자 사진...함안에서 의령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위치한 의령관문과 한문으로 부착된 현판 모습 사진..권원만 도의원이 국립국어사전박물관 의령 건립 유치 대정부 건의안을 발의하는 모습